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고 싶은데 맞은 자국 하나 없으니, 과연 인정받을 수 있을지부터 걱정되시나요?
하지만 급식실에서 매일 혼자 밥을 먹고, 반 단톡방에서 아이만 빠져 있다면 그 자체로 법이 정한 따돌림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제일 심했던 하루만 골라 신고하면 '어쩌다 한 번 있었던 일'로 처리되기 쉽습니다.
학교폭력 따돌림은 있었던 날을 빠짐없이 날짜별로 적어 내야 따돌림으로 인정받고, 학교가 자체해결로 끝낼 근거도 사라집니다.
|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① 맞은 자국 없이도 인정되는 따돌림 조건
② 하루만 신고하면 불리한 이유
③ 학교에 내야 할 기록과 요청
|
▌맞은 자국이 없어도 학교폭력 따돌림이 되나요?
© SBS 뉴스
될 수 있습니다. 법이 정한 따돌림에는 몸에 남는 상처뿐 아니라 마음을 공격하는 행동도 들어갑니다.
2026년 기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의 2는 따돌림을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라고 정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보실 단어가 '심리적 공격'입니다.
아이가 말을 걸면 다 같이 못 들은 척하는 것, 모둠을 짤 때마다 아이만 빼는 것, 단톡방을 새로 만들어 아이만 초대하지 않는 것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두 가지 더 붙는데, 하나는 사람 수입니다.
괴롭힌 쪽이 2명 이상이어야 하므로, 한 학생이 혼자 한 일이라면 따돌림이 아니라 모욕이나 협박 같은 다른 학교폭력으로 다뤄집니다.
다른 하나는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라는 조건입니다.
폭행은 한 번만 때려도 폭행이지만, 따돌림은 여러 날에 걸쳐 이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인정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조건 때문에 신고하는 방식이 중요해집니다.
▌ 하루만 신고하면 왜 불리한가요?
© KBS 뉴스
첫째는 따돌림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지고,
둘째는 학교가 자체해결로 끝낼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의 2 제1항은 학교가 학폭위를 열지 않고 자체해결할 수 있는 조건 네 가지를 정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따돌림 정의에 들어 있던 '지속'이라는 단어가,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으로 쓰이는 것이죠.
따돌림 인정 요건 vs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 - 출처: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 구분 |
따돌림 인정 요건 |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 |
| 행위 기간 |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일 것 |
지속적이지 않을 것 |
| 행위자 |
2명 이상의 학생 |
ㅡ |
| 피해 정도 |
신체적·심리적 공격으로 고통을 느낄 것 |
2주 이상 치료 진단서가 없을 것분 |
| 그 밖의 조건 |
ㅡ |
재산 피해가 없거나 복구됐을 것, 보복행위가 아닐 것 |
표의 첫 줄을 보시면 하루만 신고하면 안 되는 이유가 보입니다.
가령 '체육복을 숨긴 날' 하루만 적어 내면, 학교로서는 지속성을 확인할 자료가 없습니다. 따돌림으로 인정할 근거도, 자체해결을 막을 근거도 함께 사라지는 셈입니다.
반대로 3월부터 6월까지 있었던 날을 날짜별로 적어 내면 따돌림의 지속성이 확인되는 동시에, 자체해결 조건인 '지속적이지 않을 것'이 깨집니다.
기록 한 장으로 두 가지가 한꺼번에 정해지는 것이죠.
물론 마지막 최종 결정권은 보호자에게 있습니다.
조건을 모두 갖춘 사건이라도 학교가 보내는 확인 서면에 '심의위원회 개최를 원한다'라고 적으면 학폭위는 열립니다(제13조의 2 제2항).
다만 '한 번 있었던 일'이라는 학교의 설명을 반박할 기록이 없으면, 그 서면 앞에서 흔들리기 쉽습니다.
▌따돌림을 신고할 때 학교에 무엇을 내야 하나요?
힘든 싸움이 되지 않으려면, 기록부터 모아서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 네이버 지식in
있었던 일을 날짜별로 정리한 기록과, 그 기록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함께 내시면 됩니다.
법이 정한 서식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보호자가 무엇을 내느냐에 따라 학교가 살펴볼 범위가 달라집니다.
기록에는 날짜, 장소, 가담한 학생, 아이가 들은 말이나 당한 행동, 그 자리에 있던 학생을 한 줄씩 적어 주세요.
'5월 13일, 점심시간 급식실, A · B · C, 아이가 앉자 다 같이 다른 자리로 옮김, D가 봄'처럼요.
단톡방에서 빠지거나 험담이 오간 일은 날짜와 시간이 보이도록 캡처해 두셔야 합니다.'
기록을 내면서 학교 전담기구에 실태조사를 요구하실 수도 있습니다(제14조 제6항).
전담기구는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책임교사, 학부모 등으로 꾸려진 학교 안의 학교폭력 담당 기구입니다(제14조 제3항).
담임이 아는 한두 건에 그치지 않도록, 적어 낸 날짜들까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시는 것이죠.
|
마무리 한마디
작년 봄,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어머니 한 분이 상담을 오셨습니다.
손에 든 메모에는 '체육복이 쓰레기통에 버려진 날' 한 줄이 전부였고, 학교에서는 일회성 사안이니 자체해결로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아이의 휴대폰 메모장과 단톡방 기록을 날짜순으로 맞춰 보았습니다.
3월 둘째 주부터 6월 초까지, 급식실에서 다들 자리를 옮긴 날, 모둠에서 빠진 날, 단톡방에서 아이 말만 읽고 넘긴 날이 무려 14번 나왔습니다.
목록을 한참 보시던 어머니가 "애가 이걸 혼자 다 견뎠네요"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아이에게 직접 묻기 어렵다면, 오늘부터라도 학교 가기 싫다고 한 날,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던 날을 달력에 표시해 두세요.
그 표시 하나하나가 나중에 아이를 지키는 기록이 됩니다.
|
▌ 자주 묻는 질문 (FAQ)
| Q1. 학교폭력 따돌림은 한 명이 괴롭혀도 인정되나요? |
A. 법은 2명 이상을 요건으로 합니다. 한 명이 한 일은 모욕·협박 등 다른 학교폭력으로 다뤄집니다.
|
| Q2. 단톡방에서 따돌리는 것도 학교폭력인가요? |
| A. 네. 현행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따돌림을 사이버폭력으로 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1호의 3). |
| Q3. 따돌림 신고에도 진단서가 필요한가요? |
| A. 필수는 아닙니다. 다만 2주 이상 치료 진단서가 있으면 자체해결 대상에서 벗어납니다. |
| Q4. 신고했다고 보복당하면 어떻게 하나요? |
| A. 보복행위는 자체해결 대상이 될 수 없고, 가해학생 조치를 가중하는 사유가 됩니다(제17조 제2항). |
| Q5. 따돌림이 인정되면 아이는 어떤 보호를 받나요? |
A. 심리 상담·조언, 일시보호, 치료·요양, 학급교체 등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제16조 제1항).
|